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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보고 나오며Film/Movie 2021. 10. 19. 14:51728x90반응형
◈ 이틀 전에 보고 싶었던 영화 한 편을 보고 왔어.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라는 다큐멘터리였는데, 타다가 어떤 서비스였는지 다들 알 거야. 시내에서 "타다"라는 시트지가 붙은 카니발을 심심치 않게 봤을 테니까.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단기간 빌려주는 렌터카 서비스였어. 대신 그 렌터카에 기사를 같이 매칭 할 수 있었지. 타다 서비스는 출시 9개월 만에 1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하게 돼. 그야말로 성공적인 데뷔였지. 타다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쾌적한 환경', '안정된 주행', '승차거부 없는 편안함' 등 이동수단의 기본에 충실했던 타다에 열광했어.
근데 그 환희의 순간은 얼마 가지 못했어. 택시업계의 반발이 엄청났거든. 소비자들이 기존 택시를 이용하며 겪었던 불쾌함과 반갑지 않은 경험들은 타다의 경쟁력을 높여주었기에, 택시업계는 자신들의 생계 위협을 느끼게 된 거야. 특히, 개인택시업자들을 위주로 타다에 대하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어. 개인택시업자들은 택시와 다를 바 없는 영업을 하면서 국허(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타다 서비스를 불법으로 분류했어. 그리고 택시업자들에겐 또 다른 이해관계가 있었지. 개인택시면허는 개인 간에 매매가 가능해. 보통 8,000만 원에서 1억 사이로 거래가 되고 있어. 만약 타다의 서비스가 지금보다 상용화된다면 개인택시면허를 취급하려는 매수자가 등장하지 않겠지. 그럴 경우, 개인택시 사업자들에겐 개인 자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거야.
◈ 이렇게만 본다면 타다의 영업은 기존 택시업계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악역이 되어버리지.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보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보고 싶지 않았어. 나는 일명 '타다 금지법'이 입법되며 타다가 서비스를 종료하는 순간이 너무나 안타까웠거든. 타다를 이용해보진 않았지만,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법적으로 금지가 되는 과정의 아쉬움이 가장 큰 이유였어. 그래서 이 작품에서 타다가 멈출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사연과 가슴 답답한 사회적 현실에 노출되는 것이 꺼려졌기에 보고 싶지가 않았던 거야. 근데, 이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작품은 그런 신파적인 요소가 없이, 팩트만 소개하고 덤덤하게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와 관련된 내용들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서술했어.
◈ 다큐멘터리 내내 타다 서비스에 반기를 든 택시업계에 대한 반감, 정부 정책을 입법하는 기관의 무능함을 비난하는 부분은 나오지 않아. 오히려 '그런 일들이 있었다' 라며 지나간 일을 회상하듯 서술하는 모습이 더욱 가슴에 와닿았어. 수년간의 노력으로 세상에 출시한 내 새끼, 우리의 서비스가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정지가 되었는데도, VCNC의 임직원들은 '억울하죠, 억울한데 그래도 우리는 다음 단계로 가야만 했어요' 식으로 과거에 얽매이지 않았고, Next Step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 함께 서비스를 론칭했던 직원들의 절반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순간을 '지옥'같다고 표현하는 그들. 그래도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위기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통해 우직함과 경외심까지 느낄 수 있었어.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억울하게 회사가 문을 닫게 됐는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복수심에 불타는 것이 아니고, 그 원망과 분노를 땔감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다니. VCNC는 타다 라이트(가맹 택시), 타다 대리 서비스를 동시에 두 가지 사업을 론칭하게 돼. 다큐멘터리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VCNC는 물론 스타트업의 미래와 마음가짐을 소개하고 있어.
"현재는 어찌 됐건 끝났다. 그럼 우리의 다음은 무엇인가?"
◈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해야만 한다는 VCNC의 결연한 태도에서 감동을 받았어. 오히려 '우리 이렇게 억울해요, 우리말 좀 들어주세요' 하는 식의 뻔한 다큐멘터리가 아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 그들은 언젠가 맞이할 위기를 그들 나름대로의 결단력과 응집력으로 해결할 것이고, 또다시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와인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을 것만 같았어.
불과 얼마 전 뉴스를 통해서 토스에서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지분 60%를 쏘카에서 인수했다는 소식을 봤어. 상당히 흥미롭더라고. 토스는 모두 알다시피, 핀테크 기업으로 시작해서 3번째 온라인 은행이 되었어. 그런 토스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인수한다니 흥미로웠고. (이 내용은 다음번 포스팅에서 더 다뤄볼게.) 더욱 드라마틱한 내용은, 토스도 타다처럼 서비스를 중지당했던 경험이 있었던 과거야. 2014년 금융규제로 토스가 출범 두 달만에 서비스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 위기에도 결국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으니. 법적인 문제로 서비스를 멈춘 아픈 경험을 먼저 해봤던 토스와 타다가 만났다니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기대하는 중이야. 꼭 시간이 된다면,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관람하길 추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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