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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린폭망했다 WeCrashed - Apple TV+Film/TV Series 2022. 8. 17. 00:02728x90반응형
세기의 유니콘 CEO에서 방만 경영의 일인자로,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
애플 TV+를 구독하게 만든 드라마입니다. <우린폭망했다> 이 제목만 읽어서는 위워크의 창업자 애덤 뉴먼과 그의 부인 레베카 뉴먼을 다룬 드라마라고는 알 수 없었습니다. <WeCrashed>, 아마도 WeWork를 패러디한 제목이었을 텐데, 왜 애플 TV에서는 그대로 음차 하지 않고 한국화(?)해서 "우린폭망했다"라고 이름을 붙였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애플 TV에서는 원제 그대로 발음을 빌려서 제목을 붙이지 않고, 한글화 해서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한참 보고 있는 "의사 그리고 나"도 원제는 The Shrink Next Door입니다.)
우린폭망했다 WeCrashed의 원작은 아마존 팟캐스트 원더리(Wondery)에서 성황리에 송출되었던 '위워크의 성공과 몰락'이라는 팟캐스트입니다. 뉴욕의 작은 사무실을 시작으로, 약 10년 만에 기업 가치 약 470억 달러를 만들었던 스타트업 역사상 최고의 기업으로 불렸던 위워크(WeWork). 땅값 높기로 소문난 뉴욕시내에 나만의 사무실을 가질 수 있다는 매혹적인 소구점이 위워크를 유니콘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위워크가 1년 만에 400억 달러의 가치를 잃어버렸고, 위워크의 창립자 애덤 뉴먼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죠. <우린폭망했다>는 위워크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기보단, 창업자였던 애덤 뉴먼과 레베카 뉴먼 부부에게 더 초점을 맞춰서 진행됩니다.
굽이 접히는 하이힐, 기어다니는 유아를 위한 보호대 등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개발한 발명품을 판매하러 다니던 애덤 뉴먼. 언제나 문전박대당하고, 아이디어만으로 개발한 상품은 실생활에서 오류가 발생합니다. 당연히 판매가 될 리 없었죠. 애덤이 믿을 것이라고는 고객들을 설득하는 그의 영업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뿐이었습니다. 그런 중에 빈 사무실을 처치하기 곤란한 미겔을 만납니다. 허허벌판인 빈 사무실을 바라보던 애덤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바로 사무실을 공유하는 것이죠. 임대료가 높은 뉴욕에서 위치 좋은 곳에 사무실을 구하기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애덤은 그 점에 착안합니다. 우리가 임대를 해서, 그 공간에 나 같은 창업자들이 들어와서 일할 수 있게 하자. 월 사용료만 지불하면 뉴욕이란 땅에 보증금과 임대료가 없어도 사무실을 보유할 수 있는, 그런 황금알을 낳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죠.
조그맣게 시작했던 사무실 공유 서비스는 소위 '대박'을 냅니다. 그렇게 처음 만들었던 사업을 매각하며 돈을 벌게 된 애덤 뉴먼. 그는 더 큰 청사진을 그려봅니다. 그리고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일념하에 위워크를 창업하고, 미국 시내 곳곳의 부동산에 위워크의 깃발을 꽂습니다. 단숨에 기업 규모가 커지게 되고, 내로라하는 금융업체에서도 서로 앞다투어 자금을 투자하겠다, 융자를 해주겠다고 줄을 서게 됩니다. 일명 '규모의 경제'를 노렸던 애덤, 그리고 그의 조력자 겸 연인, 아내였던 레베카 뉴먼. 사업을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씀씀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무조건적인 사업 규모 확장을 위해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과 함께,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사내 복지와 채용을 보여줬죠. 점점 투자금이 말라 가는 위워크에 한 줄기 빛으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마사요시 손,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입니다.
극중에서 투자자 손정의(마사요시 손) 역할을 맡은 배우 김의성님 손정의 회장을 만나 자신의 비젼을 제시하며 그를 설득하는 애덤 뉴먼. 결국 손정의 회장의 투자를 이끌어냅니다. 말라가던 우물에 거대한 비가 내린 것이죠. 하지만 손정의의 비전 펀드가 투입한 자금이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닌, 마시면 마실 수록 더 갈증을 느끼게 될 바닷물이었다는 건 몰랐을 겁니다. 손정의 회장과 비전 펀드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사업을 확장시키고 엑싯(exit)하는 데에 귀재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확장시켜서 기업 규모를 키워놓고, 투자 대비 상당한 이익을 가져가기로 유명했죠. 손정의는 애덤 뉴먼을 만나서 "우리에겐 더 미친놈이 필요하다" 라며 애덤 뉴먼의 비상식적인 행보에 불을 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손정의 회장은 알고 있었을까요? 그의 투자 역사 중 가장 큰 흑역사를 담당하게 될 곳이 바로 위워크라는 것을요.
이 드라마에서 간략하게 언급되는 애덤 뉴먼의 횡령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 애덤 뉴먼이 개인적으로 임대한 오피스에 위워크가 입점하면서 임대료를 애덤 뉴먼에게 지급하는 방법. 본인 회사의 임대료가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 것이죠. 두 번째, 애덤 뉴먼이 만든 We Company (위컴퍼니)라는 회사에서 "We"라는 상표권을 등록시켰고, 그 상표권을 사용하는 WeWork가 상표권 명목으로 매년 600만 달러를 위컴퍼니에 지급했습니다. 이렇게 애덤 뉴먼은 위워크를 토대로 개인 자산을 어마어마하게 불려가기 시작했죠. 회사는 가라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결국 드라마에서는 애덤 뉴먼과 레베카 뉴먼이 위워크 이사회를 통해 최고 경영자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던 스타트 업의 CEO가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말이죠.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 위워크의 탕아, 애덤 뉴먼의 현실은?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습니다. 저는 우린폭망했다라는 드라마 때문에, 방만한 경영자면서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비운의 창업자 애덤 뉴먼이 어떤 몰락을 경험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군요. 애덤 뉴먼과 레베카 뉴먼은 현재 미국에서 부동산 임대업자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당시에 위워크를 운영하며 빼돌렸던 자산을 토대로 아파트 수 백채를 매입했고, 현재는 부동산 임대업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대략 1조 원대의 자산가라는 말도 있더군요. 역시 누가 누구 걱정을 했던 걸까요?
(이 리뷰를 쓰는 중간에 뉴스를 하나 접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애덤 뉴먼이 새로운 부동산 임대 스타트업 Flow를 창업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에서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네요.)
우린폭망했다, 이 드라마의 아쉬운 점은 방만했던 경영자의 몰락을 담아냈던 점입니다. 드라마틱한 결말을 위해서 이후의 이야기는 생략했을 겁니다. 다만, 피해자는 위컴퍼니에 소속되었던 일반 직원들과 투자자가 아녔을까 싶습니다. 위워크의 몰락에 피해자는 이사회에서 쫓겨난 뉴먼 부부가 아닌, 그들을 믿고 일했던 직원, 돈을 투자한 VC들이었을 겁니다. 뉴먼 부부를 가엾은 피해자가 아닌 빌런으로 묘사하며 마무리 지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반면, 이 드라마에서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 마사요시 손, 손정의를 연기한 김의성 배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친코의 윤여정 배우님과 더불어 애플 TV에서는, 오히려 파친코보다 더 먼저 업데이트된 작품인 우린폭망했다의 김의성 배우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작품은 뉴먼의 시선보다는 오히려 마사요시 손의 시선에서 투자에 실패한 VC의 참담한 실패기로 연출되었다면, 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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