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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 헤결 n수생의 세 번째 리뷰, 서래의 산과 바다Film/Movie 2022. 9. 19. 00:00728x90반응형
일명 헤친자(헤어질 결심 + 미친 자)가 되었다.
과거 영화제 자원봉사로 만났던 친구들과 단체 카톡방에서 헤어질 결심으로만 메시지 999+를 넘겼다. 이게 이럴 일인가 싶지만, 오래간만에 영화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눴더니 글을 써야 할 욕구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지난 글을 통해 2번의 리뷰를 남겼는데, 이번엔 또 다른 주제를 적어본다.
[영화] 헤어질 결심 - n차 관람을 할 결심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의 복귀작 <헤어질 결심> 지난 5월,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깐느 박' 박찬욱 감독. 그가 감독상을 받게 한 작품이 바로 <헤어질 결심>이다. 국내 개봉 전부터 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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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n수생의 두 번째 리뷰 : 해준의 페르소나
그렇다. 그렇게 헤어질 결심 덕후가 된다. 첫 번째 관람에는 디테일 변태 깐느 박의 미장센에 감탄하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두 번째 관람은, 아무래도 영화의 스토리를 인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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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주의)
그녀는 산을 정말 싫어했을까?
영화의 후반부, 서래의 선택은 썰물로 갯벌이 된 바다에 구덩을 파 들어가는 것이었다. 사라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그녀가 바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래와 바다를 암시하는 장치는 서래의 집 벽지에서 알 수 있다. 파란색인지 초록색인지 모를 색깔을 지닌 그 벽지는 대충 보면 넘실대는 파도와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산 봉우리들이 모여있는 모습이다. (산 이야기는 뒤에 이어하겠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서래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한다. 고소공포증이 있기에, 높은 곳을 꺼려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그녀가 진심인지 알 수 없다.
서래는 첫 번째 남편 기도수를 살해하기 위해 기도수가 평상시 즐겨하던 암벽등반을 몰래 쫓아간다. 얼마나 남편이 싫었으면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남편을 쫓아 암벽을 등반했을까 싶기도 했다.(남편 기도수는 본인 소유의 물건에 이니셜 KDS를 새긴다, 아내 서래도 예외는 아니었다. 몸에 문신을 새겼었다.) "남편은 산을 좋아해서 자꾸 가자는데 나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못 간다고" 해준에게 조사를 받으며 서래가 말했었다. 남편을 살해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간호하는 할머니와 핸드폰을 바꿔치기하고 범행을 나갈 정도로 철두철미한 사람이 서래다. 나는 그녀가 남편이 산에서 죽었는데, 아내가 같이 따라가서 죽인 게 아닐까 싶은 의심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고소공포증'이란 나름의 거짓말로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녀는 정말 산을 싫어할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서래가 해준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입맞춤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가 바로 호미산이다. 정말 서래는 산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그녀가 고소공포증이 있었고, 산보다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부분이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서래의 집 벽지를 살펴본다. 파도처럼 보이던 문양이 마치 산봉우리 같다.
그녀는 왜 바다를 선택했을까?
영화의 마지막에는 서래가 썰물로 갯벌이 드러난 바다를 찾아간다. 그리고 커다란 구덩이를 파기 시작하고, 그 안에 자리 잡는다. 점점 밀물이 들어오고 서래가 파놓은 구덩이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바다에 잠겨 사라지려는 서래. 그녀가 바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해준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다. 부산에서 기도수 살인 사건이 자살로 결론지어진 이후, 해준은 서래가 기도수를 살해한 결정적 단서가 될 빨간 아이폰을 서래에게 건네준다. 경찰이라는 자부심을 모두 버리고, 의심에서 관심으로 변해버린 용의자 서래에게 살인 당시 거짓 알리바이를 깨뜨릴 단서를 범인에게 돌려준다. 서래의 집에서 해준은 말한다.
"나는 완전히 붕괴됐어요"
서래를 검거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를 건네주며 해준은 깊은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말한다. 자신의 신념마저 저버리고 붕괴시켜버린 범행 단서를 아무도 볼 수 없게 숨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준은 서래를 지켜주는 것이다. 이후에 서래는 붕괴의 단어를 인터넷에 찾아본다. 무너지고 깨어짐. 서래를 붕괴시킬뻔한 단서를 처리할 방법으로 깊은 바다에 숨길 것을 권한 해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해준을 철저하게 붕괴시킨 근본적 원인은 바로 서래다. 서래는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해준이 아이폰을 바다 깊숙이 숨기라고 했던 것처럼, 해준을 붕괴시킨 '나'를 바다 깊이 숨기려고 했던 것이다.
서래는 죽었는가?
이 질문에 나의 답은 No 였다. 영화의 마지막엔 파도가 굽이치는 바닷가를 하염없이 헤매는 해준으로 마무리가 된다. 아마도 구덩이를 파고 들어간 서래에게 밀물과 갯벌이 동시에 차오르며 서래를 묻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죽어버린다면, 그리고 그 시체가 언젠가 노출된다면 그것은 미제사건이 될 수 없다. 서래는 해준이 홀로 생활하는 자취방에서 확인했었다. 거실 벽면을 가득 채운 미결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해준은 미결된 사건을 잊지 않고, 계속 지니고 있었다. 서래도 해준에게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야 한다면, 자신의 시체도 발견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야만 완전한 미결이 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요양받는 할머니의 핸드폰까지 바꿔치기하며 치밀했던 모습을 보여준 서래였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 같지만, 사실은 해준에게 완전한 미결 사건이 되기 위해 또다시 어디론가 모습을 감춘 것은 아닐까 싶다.
미결사건 사진을 모아두는 해준. 끝까지 미결사건을 기억하려는 해준을 본 서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728x90반응형'Film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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