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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HUNT-픽션과 논픽션을 액션으로 녹여내다Film/Movie 2022. 9. 29. 00:35728x90반응형
이정재 배우의 화려한 입봉작, 영화 헌트 HUNT
이정재 배우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 판권을 구입하고, 4년이나 지나서 이 영화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한다. 원작을 구매한 후, 여러 제작사와 감독들에게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1) 시대극(제작비의 증가) 2) 민감한 사안(전두환 씨 관련 암살 내용) 등이 이유였다. 그렇게 4년 간 주인을 찾지 못하던 작품은 결국, 원안을 구입한 이정재 배우의 손에서 영화로 태어났다. 지난 20여 년 간 플레이어였던 선수가 코치로 데뷔한 작품은 과연 어땠을까요?
이 영화의 재미 1. 사냥꾼이 되느냐, 사냥감이 되느냐.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이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한참 민주화운동이 한반도를 달궜고, 권력자들은 그 움직임을 철저하게 통제하던 바로 그 시기다. 권력의 영생을 위해 힘을 앞세웠던 독재자를 처치하기 위한 세력이 있다. 그 세력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코드명 '동림'. 남한으로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급 각료에 의해 남한 정부 내에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파악한 안기부는 내부의 스파이인 동림을 찾기에 나선다. 안기부를 구성하는 국내팀과 해외팀. 국내팀의 김정도(정우성)와 해외팀의 박평호(이정재)는 각자의 팀을 지휘하며, 내부의 적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중에 VIP의 해외 및 국내 일정에서 VIP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VIP의 이동 동선을 미리 파악한 듯한 동림의 움직임에 안기부 내부에 첩자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국내팀을 이끄는 김정도와 해외팀의 박평호는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영화 <헌트>는 한 팀이었던 동료를 서로가 의심하며 시작된 사냥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이 사냥을 하는 사냥꾼들이 만들어내는 구도가 참 흥미롭다. 내부의 첩자 '동림'이 누구인가 찾아야 하는 김정도와 박평호. 김정도에게 박평호는 사냥감이다. 그리고 박평호에게도 김정도는 사냥감이다. 각자가 사냥꾼인 동시에 사냥감이 된다. 하지만, 이 둘은 모두 '사냥꾼'이다. 그것도 하나의 '사냥감'을 노리는 두 명의 사냥꾼. 스포일러를 하겠다. 동림은 박평호다. 북한의 지시로 남한 내부에 잠입해 VIP를 없애고, 남한을 혼란에 빠뜨려 적화통일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정도는 쿠데타 세력이다. VIP(전 모씨다)의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에 투입되었던 김정도는 군인이었다. 광주에서 민주화를 목놓아 외치던 수많은 청년들이 학살당하는 모습을 목도한 김정도는 그날로 VIP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렇게 똑같은 사냥감을 찾는 두 명의 사냥꾼은 서로의 본심을 완벽하게 숨기고 VIP를 지키는 안기부의 직원이 되었다. 동림은 하나였지만, 동림과 같은 목적을 지닌 사람은 둘이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지만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을 몰랐던 두 사냥꾼이 상대방을 사냥하면서 이 영화의 재미는 시작된다.
이 영화의 재미 2. 사냥꾼들의 목적이 바뀌는 순간
영화의 주 무대는 미국에서 한국, 일본을 건너 막바지에는 태국을 선택한다. 태국에서의 에피소드는 과거 실제 발생했던 '아웅산 테러 사건'을 연상되게 했다. VIP의 순방 시간에 맞춘 폭탄 테러가 예정되어 있었다. 거기에 동림에게 정보를 입수한 북한군 저격수들이 VIP를 노리고 있었다. VIP가 반드시 사라져야만 하는 운명의 날이다. 여기서 주인공 김정도와 박평호의 목적이 뒤바뀐다. 동림인 박평호가 북한군을 이용해 VIP를 노린다는 첩보를 접한 김정도는 그들의 계획을 눈 감아준다. 왜?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오랑캐로 오랑캐를 상대하게 한다. 박평호와 동림 세력들이 VIP를 처치하도록 방관하는 것이다. 김정도의 목표는 VIP의 사망이었으니까.
하지만, 박평호의 목표가 변한다. 그 또한 동림으로써 VIP를 처단하길 원했지만, VIP가 처단된 이후 북한은 전쟁을 일으켜 남한을 침략할 계획이 있었다. 박평호는 또다시 전쟁이 발발하는 것에 적대감을 드러낸다. 수많은 인민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아닌가? 또, 그러한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한다는 것은, 박평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냥꾼 박평호는 사냥감을 지키기 시작한다. 그가 지키는 것은 VIP가 아닌, 한반도의 아무 죄 없는 시민들이었다. 그 뜻을 알 수 없는 김정도. 똑같은 목표를 가졌다고 생각한 사냥꾼이 사냥감을 지켜내자, 김정도는 결국 방아쇠의 방향을 박평호에게로 돌리게 된다. 과연 VIP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영화의 재미 3. 반전의 반전, 극을 이끌어가는 액션
영화 <헌트>는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을 거부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사람이 동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의심이 확신이 들려하면 새로운 인물에게서 냄새가 나게 만든다. 그렇게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의심을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액션'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그렇게 의심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채 영화의 말미에 도달하도록 하는 장치로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사용한다. 역시 '사나이픽쳐스'답다, 라는 말이 나왔다. 사나이픽쳐스의 전작 <신세계>, <아수라>, <공작> 등 을 관통하는 그들만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영화 <헌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에는 83년도 이웅평 미그기 귀순 사건 - 아웅산 테러 사건이라는 실제 역사적 요소를 하나의 연결고리로 엮으며 영화의 큰 틀을 이어간다. 사실을 영화에 배치하며 역사의 재연인가 싶지만, 이정재와 정우성이란 배우가 보여주는 액션은 '내가 보는 것은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다'라고 각인시키는 것만 같았다. 영화의 결론도 사냥꾼들의 이야기답게 끝났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사자성어처럼, 박평호와 김정도 둘 중 그 누구도 이 사냥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애당초 이들은 사냥을 이끌던 주인공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마무리였다.
내부의 변절자를 찾아내는 일련의 서스펜스 드라마와는 다르게, <헌트>는 적절한 긴장감을 관객에게 부여하며 색다른 첩보물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입봉작으로 <헌트>를 내놓은 이정재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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