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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부르는 어정쩡한 사부곡 [영화 더 문]Film/Movie 2023. 8. 6. 21:22728x90반응형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달을 탐사하러 가는 청년, 황선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UDT출신의 중사 황선우는 아버지의 못 다 이룬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한민국 최초 유인 달 탐사선의 대원이 된다. 우주에 대한 경력이 전혀 없었던 황선우는 함께 탐사선에 탑승한 두 명의 선임 대원의 사망으로 홀로 유인우주선에 남겨진 유일한 대한민국 우주인이 된다. 다시 회항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황선우는 홀로 달 탐사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일념하에 달에 착륙한다.영화 더 문 THE MOON
황선우가 어려운 환경임에도 달 탐사를 고집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황선우의 아버지는 황규태, 과거 유인 달 탐사선을 개발하던 우주센터의 연구원이었다. 아버지 황규태가 개발과 제작에 참여했던 유인 우주 탐사선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발사 이후 폭발하게 된다. 유인 달 탐사선이었기에, 탑승하고 있었던 탐사대원들이 전부 사망하게 된다. 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황규태 연구원은 어느 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자살 장면을 목격한 어린 아들이 지금 막 대한민국 최초로 우주에 발자국을 남기게 된 황선우다.
홀로 남았지만, 황선우 대원은 대한민국 우주탐사 역사상 유의미한 활동을 모두 마치게 된다. 그리고 복귀만 남았다. 이렇게 지구로 복귀하면, 아버지가 미처 이루지 못했던 달 탐사를 대를 이어 마치게 된다. 하지만, 우주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갑작스레 발생한 폭풍으로 황선우의 생사가 위태로워진다. 황선우 대원의 무사 복귀가 어려워진 상황. 대한민국에서는 우주센터에 연관된 행정가들이 골치가 아프다. 달 탐사에 성공했다는 여론에 찬 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행정가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부분의 방식이 그렇듯,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 찾아본다. 그리고 과거 달 탐사선 폭발 이후 잠적했던 전 우주센터장을 찾아 나선다. 가까스로 우주센터로 모셔온 전 우주센터장 김재국. 황선우와 통신이 연결되는데, 황선우에게는 익숙한 목소리다. 그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주센터장이었던 김재국이다.영화 더 문 THE MOON 나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던 동료의 아들을 구해야 하는, 김재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을 실패하고, 도망치듯 소백산 천문대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 견학 외에는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소백산 정상 어딘가에 위치한 천문대. 과거를 애써 외면하며 살던 그에게 과거를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뉴스에는 김재국이 실패했던 유인 달 탐사선의 성공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우주인으로 달 표면에 있는 친구가 황규태 연구원의 아들이다. 우주탐사 대원 세 명 중 두 명이 사라진 상황, 재국은 황선우 혼자 달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사투를 벌이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 그에 이어서 그의 아들까지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만, 황선우가 오해하는 것이 있다. 황규태 연구원이 남긴 유서에는 본인이 당시 기체 엔진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고, 달 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사실이 아니다. 그는 재국에게 탐사선 발사 하루 전, 엔진 결함을 보고했다. 일정을 더 미뤄야 한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 부탁을 묵살한 것이 바로 재국이다. 이미 정부 고위 행정가들에게 일정을 픽스해 둔 상황이다. 더 미룰 수 없다. 그 정도 엔진 결함으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애써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합리화의 결과물은 탐사선 발사 실패와 동료들의 죽음이었다. 황선우는 알아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잘못이 없다고.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으니, 제발 살아 돌아오라고. 그렇게 재국은 선우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우주센터에 발을 디딘다.영화 더 문 THE MOON 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던 ‘신과 함께’
영화 <더 문>의 감독은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를 만들어낸 김용화 감독이다.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명 ‘자가복제’를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 영화 중 최초 (OTT 플랫폼 제외, 순수 스크린 플레이 기준) 우주 탐사를 소재로, 달을 배경으로 플레이한 영화였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가져가기에 분명 영광스러움이 있겠지만,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만큼 부담감도 크다. 개인적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의 부담이 큰 성공을 거둔 이전작품의 작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첫 부분에서 ‘신과 함께’ 모먼트가 등장한다. 강림도령과 해원맥이라는 든든한 조력자 두 명 사이에 이덕춘이 있었던 것처럼, 더 문에서는 (초반에 바로 퇴장하지만) 이상원, 조윤종 대원이 등장한다. 베테랑 급 두 명의 조력자와 그 사이에 있는 초보 주인공 한 명. 더 문은 신과 함께의 인물 구성을 살짝 비틀어서 초반에 함께 하던 조력자 둘을 극의 바깥으로 내보내고, 새로운 조력자 둘을 배치한다. (김재국 센터장과 윤문영 NASA 메인디렉터)
더 문은 ‘달’이라는 배경을 제대로 구현해 낸다. 과거 신과 함께에서 여러 지옥을 VFX로 구현했던 팀이 더 문에서도 함께 했는데, 선경험해본 작업물이 있어서 그랬는지 더 문의 달 표현이 상당히 뛰어나다. 과거 우리나라도 달을 소재로 촬영한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었다. (‘고요의 바다’) 고요의 바다에서 구현했던 달 보다도, 더 현실감 있는 VFX는 두 개의 엄지가 모자랄 만큼 장점으로 꼽고 싶은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만으로 영화의 아쉬움이 상쇄되지 않는다. 뒤이어 말할 두 가지 포인트에서 ‘오잉? 왜?’ 하는 외마디 탄식이 튀어나왔다.영화 더 문 THE MOON 갑자기 풀어내는 황선우 - 김재국의 갈등 서사
영화의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여기서 갑자기? 라는 소리가 나왔던 장면들이 등장한다.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싶은 조급함의 결과물이랄까.
극의 후반부 황선우 대원이 탈출을 포기하고 스스로 달에서 운명을 정리하려는 상황이 나온다. 그렇게 아버지처럼 본인도 비겁한 선택을 하려는데, 이 부분에서 김재국 센터장이 갑자기 풀어내는 과거 서사가 영화 더 문의 [여기서 갑자기?] 첫 번째 모먼트다. 황선우 대원이 아버지의 유서를 읽고, 아버지가 달 탐사선 결과 발표를 위해서 결함을 숨겼다는 부분이 등장한다. 김재국 센터장이 오인하고 있던 과거를 바로 잡으면서 황선우를 막는다. 너희 아버지는 발사를 막으려 했는데 내가 안 막은 거야, 라며 고해성사를 한다. 근데 이 장면, 이 느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신과 함께 1편의 마지막, 염라대왕이 주인공의 어머니가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며 과거를 바로잡아주는 이 순간과 영화 더 문의 황선우-김재국의 과거 서사 정리 부분이 비슷한 결을 지니고 전개된다.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과거사 진상 규명의 순간. 더 문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황선우와 김재국 사이에 어떤 서사가 있을까 의문이었다. 달 탐사선과 관련된 숨겨진 진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영화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둘의 서사를 봇물 쏟아내듯 풀어내버린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 둘의 서사가 어떻게 어긋났는지 설명을 하면서 플롯이 구성되었다면, 좀 더 설득력 있는 장면이었을 것 같다. 이른바 ‘급발진’으로 주인공 사이의 갈등을 주입식으로 설명하다니. 아쉬운 연출이다.갑자기 등장하는 ‘우리는 하나’ 감동 플롯
더 문에서 결과적으로 황선우는 구조된다. 다만, NASA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 도움은 누가 조력해 줬을까? 앞서 언급한 인물 중 윤문영이라는 NASA 메인디렉터다. 그녀는 김재국 센터장의 전 부인이다. 그녀와 황선우 대원의 서사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윤문영이라는 극 중 배역 자체가 영화의 마무리를 위해서 배치된 장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윤문영이 황선우를 구하기 위해 도킹을 요청한 미국의 달 탐사선 루나 게이트웨이를 설득하는 부분도 ‘여기서 갑자기?’ 뜬금없는 포인트였다.
다국적 인종이 모여있는 우주선이지만,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에서는 모두 ‘우주인’이라는 자격이기에 모두가 다른 국적이 아니라는 이야기. 갑자기 올림픽 정신과 같은 연설을 하는 윤문영. 그리고 그 연설에 감화받은 미국 우주정거장의 구성원들은 대한민국의 황선우 대원의 도킹을 허가한다. 자국 출신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우주대원을 위해 NASA의 보안코드도 몰래 넘기던 사람이 갑자기 ‘지구 밖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의 국적 우주인이다.’라는 명언을 말한다. 극명한 온도차를 지닌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주장이 그녀의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우주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식의 발언은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영화 더 문 THE MOON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달이라는 행성을 구현해 낸 VFX 효과는 완벽하기에 할 말이 없다. 다만, 최초의 시도라고 무조건적인 칭찬은 하고 싶지 않다. 과거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그랬듯 최초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거나, 비판을 막아줄 ‘까방권’이 아니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달까지 갔어야 했나? 이 영화를 다 본 뒤에 남는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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