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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류세 시나리오 - 송은주/북저널리즘Text/Book 2022. 9. 12. 23:50728x90반응형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에 살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대기 화학자이자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이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선언한 문장이다. 인류세, 이 낯선 용어가 우리 사회에 주요하게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류세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가 과거와는 다른 환경 요인으로 변화했기에 새롭게 구분을 지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원래는 지질학적으로 약 1만 2천여 년 전에 시작한 홀로세(Holocene)라는 단어에서 시작한다.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간빙기를 뜻하는 단어로, 비교적 안정된 기후를 자랑하는 시간을 홀로세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후의 변화가 지질학적으로 지구라는 공간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었는데, 현대에는 인류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인류의 움직임에 따라 기후가 변화하기에 "인류세"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질학적 개념인 인류세를 토대로, 자연환경의 변화와 지구상의 모든 자연 현상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답이다. 인류가 자연의 주인이 되었고, 생태계의 중심에 위치하기에 인류세에 당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류는 환경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다. 자연환경은 자정 능력이 존재하지만, 현재의 인류는 자정능력을 넘어선 초능력을 자연에게 바라고 있다. 왜 이토록 인류는 환경 보호에 있어서는 적극적이지 못한 걸까? 당장 눈앞에 위기를 직면하지 못해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하기에, 최근 뉴스에는 "몇 백 년 만의 폭염, 폭우"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당장 얼마 전 폭우와 이상 경로로 이동하는 태풍을 봐도, 우리는 환경오염을 체감하고 있다. 우리 인류는 자연의 변화를 인류의 변화와 동일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자연은 인류가 발전을 위해서 자원을 뽑아내던 창고였기 때문이다.
이런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 생태계의 위기는 뛰어난 기술로 해결할 수 없다.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이 또 다른 환경을 오염한다는 결과는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번에 읽게 된 <인류세 시나리오>는 다른 방법으로 환경오염을 접근한다. 현재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오염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발전한 기술이 아닌, 인류를 이해시킬 수 있는 이야기와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인류세 시나리오 - 지은이:송은주 / 펴낸곳:북저널리즘 이 책은 독자들이 한 번 쯤은 봤을 법한 영화와 소설을 소개한다. 각각의 작품들을 토대로 인류가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 수 있는 환경과 기후 관련 재앙을 소개한다. <투모로우>, <매드 맥스>, <스테이션 일레븐>, <설국열차>, <인터스텔라> 등의 작품들을 챕터별로 소개하면서, 인류세를 겪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간접 경험하게 합니다. 과연 인류가 주인공이 된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 그저 막막한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청각 교보재를 소개하는 셈입니다.
지구의 수면이 상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투모로우>
영화 <투모로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과목 선생님이 심심치 않게 틀어주던 가장 만만하던 영화 중에 하나였죠. (제 기억엔 아마겟돈과 투모로우는 쌍벽을 이뤘습니다.) 당시 투모로우가 개봉했을 때는 상당한 비판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너무 지구 환경에 대한 안 좋은 부분을 부각한 것 아니냐, 디스토피아를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등의 비판이었죠. <인류세 시나리오>에서 이 영화를 첫 번째로 소개한 이유는 '이상 기온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뉴욕 도심이 한 순간에 물에 잠기는 상황. 얼마 전 강남역을 떠오르게 한다. 이상기온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그러한 이유로 해수면이 점점 상승합니다. 녹아내린 극지방의 빙하가 해수에 유입되면 이상기후를 초래합니다. 기온이 상승했는데 빙하기라니?라는 의아함은 과거 연구 결과에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줍니다. 이미 2004년부터 (투모로우가 개봉되기 몇 달 전)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언급되고 있었죠. 영화 투모로우에서 등장하는 도시 침수 씬은 더 이상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아닙니다. 기억나시나요? 불과 몇 주전 한반도를 강타한 폭우로 서울의 중심상권이라 할 수 있는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는 광경을요. 영화 속 장면이 현실화되었습니다.
자원의 고갈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우리는 곶감빼먹듯 지구 퇴적층에 켜켜이 쌓여있는 광물자원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는 석유자원이 고갈한 미래시대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매드 맥스>에는 화석연료의 사용과 고갈로 인한 자원 부족, 화석연료에 의한 환경오염 등을 다룹니다. 지금의 지구도 비슷한 위기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구 기온에서 1.5도(℃) 이상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매장된 석유의 60%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밝힙니다. 과연 그러한 일이 가능할까요? 인류가 지속적으로 석유 등의 화석 연료를 사용한다면 닥칠 미래를 <매드 맥스>를 통해 이 책은 설명합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의 기후 위기는 이미 영화 속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속 한 장면 지구의 미래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 - <인터스텔라>, <설국열차>
그렇다면 고도의 기술 발전이 지구의 위기를 구원할 구세주가 될 것인가? 이 책은 <인터스텔라>와 <설국열차>를 통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래 사회를 표현한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태양 광선을 차단하는 보호층을 대기권에 살포하지만, 그 보호층때문에 지구에는 또다시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설국열차>.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인간의 첨단 기술은 오히려 지구를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시킨다. <인터스텔라>는 황폐화된 지구 위에 지속적인 모래폭풍 등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자, 지구와 같은 새로운 행성을 찾아 인류 이주 정책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기술을 토대로 단편적인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근본 대책은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반면, 지구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는 각 영화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과학기술의 명암을 잘 표현한 두 영화를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상상만 하던 기후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구를 지키며 이어온 것은 결국 이야기, 인류는 일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번에 읽은 책 <인류세 시나리오>가 말하고 싶은 바는 한 가지다. 지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수많은 생물종들이 영겁의 시간을 들여 쌓아온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그 서사를 인간이 함부로 편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편의 기후 위기와 연관된 영화를 소개한 이유는, 인류가 자연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이것 또한 인류가 멋대로 만들어 놓은 이야기)가 어떤 결과로 끝맺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려는 심산이었다고 본다. 얼마 전,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진행된 <인류세 시나리오>의 저자 북 토크를 다녀왔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지구가 써내려온 서사에 인류의 편집권은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인류는 자연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처럼 표현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가령 할리우드 영화의 그렇고 그런 미국=영웅 이란 스토리를 가진 영화라면 할 말은 없지만,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염된 환경을 치유하는 것이 아닌 오염되기 전에 지키고 가꾸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변동하였다고, 지구의 역사에 인류가 주인공이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구의 역사를 망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인류가 등장한 것뿐이다.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고, 무엇이 일어나기 전에 막는 것. 그것이 우리 인류가 지구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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