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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스, 토크하다 - 엄기영/북저널리즘Text/Book 2023. 7. 12. 01:48728x90반응형
#. 언론의 역할은 변화하는 것일까?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히면서 동시에 가장 밝은 곳은 왜 밝은 지 이유를 파헤치는 분야. 신문방송전공을 하면서 전공수업으로 뉴스제작론을 들을 때, K방송 PD출신 지도교수님이 정의했던 뉴스의 개념이었다. 방송국의 다른 분야는 변화에 민감하지만, 가장 정적이면서 정확함을 지녀야 하는 장르.
시간이 흐름에 정비례하게 뉴스의 형태가 변화하는 속도,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SBS가 한 시간 빠른 뉴스를 선보이며 ‘저녁 9시 = 뉴스 보는 시간’ 이란 시청자의 습관을 바꿨다. 타 방송국보다 1시간 먼저 방영하며 ‘신속한’ 뉴스를 제공한다는, 마치 마켓 컬리가 등장해서 샛별배송을 시작하며 신선식품 시장의 배송 전쟁을 부추긴 것처럼 SBS가 뉴스의 ‘신속한 전달‘을 차별점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얼마 뒤, MBC의 대표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손석희 씨가 종편채널 JTBC에서 ‘뉴스룸’이란 새로운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이번에 읽은 책 <뉴스, 토크하다> 에도 나오는 표현이지만 ‘백화점처럼 뉴스를 진열하는’ 형식의 레거시 미디어에 경종을 울리며 JTBC는 좀 더 전문성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뉴스를 해석하는 시도를 한다. (뉴스 클로징 BGM을 손석희 씨가 직접 고른다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과거 손석희 씨는 MBC 재직시절 아나운서들에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앞으로 가미해야 한다고 했다. 시대를 조금 앞서 본 것일까, 이후로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의 쇼맨쉽도 뉴스를 보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북저널리즘의 신간 뉴스, 토크하다 #. 토크 뉴스의 등장, 시청자를 오래 붙잡아야 하는 미디어의 숙명
북저널리즘의 신간 <뉴스, 토크하다>에서는 뉴스 형식의 변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반듯한 정자세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문제,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에서 그날 다루어야 할 뉴스들이 15~20 꼭지가 연달아서 앵커의 소개로 안방에 전달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뉴스의 경쟁 상대는 타 방송국의 속보 전달 능력이 아니다. 뉴스가 아닌 다른 볼거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작금의 실태다.
더 이상 SBS 8시 뉴스의 경쟁상대가 JTBC 뉴스룸이 아니다. 시청자는 시간을 지켜가며 미디어를 소비하지 않는다. OTT의 등장으로 우리는 편한 시간대에 원하는 미디어를 소비하게 됐다. Youtube의 등장으로 이동을 하면서 다양한 미디어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뉴스는 저녁 9시에 거실 TV로만 봐야 하는 존재가 더 이상 아니다. 떠나는 시청자는 방송국의 수입에 직격타를 날린다. 방송국을 돌아가게 하는 대부분의 수입은 콘텐츠 판매도 있겠으나, 그것보다 자사 방송국의 콘텐츠에 붙여서 판매하는 광고 시간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청률이 높아야, 광고 단가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인기 없는 자리가 되고, 광고주들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것이다.삼프로TV가 기획한 정책이 답하다, 대선후보자 편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청자를 잡기 위해, 레거시 미디어는 보편적이고 대다수를 위한 콘텐츠를 양산해서는 차별점을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뉴스, 토크하다>에서도 소개가 되는 각종 뉴스 전문 팟캐스트의 등장과 뉴스 형식을 차용하는 각종 콘텐츠가 넘쳐난다. 책에서도 등장하는 예시로 삼 프로 TV의 대선후보와 경제 관련 인터뷰를 주고받은 영상이 소위 말해 ‘대박’을 친다. 웬만한 공중파 대선후보토론의 시청률보다 더 많은 숫자가 그 영상을 시청했고,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새로운 형식의 뉴스의 파괴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뉴스를 구독 / 스트리밍 하는 시대는 올 수 있을까?
22년 6월 미국의 뉴스채널 CNN이 야심 차게 론칭했던 뉴스 스트리밍 OTT채널인 CNN+가 폐업을 했다. CNN의 모기업인 워너미디어가 디스커버리와 합병을 추진하며 신규 경영진의 뉴스 스트리밍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한 것도 있었지만, 대대적인 마케팅에 비해서 MAU가 1만 여 명도 안 되는 저조한 성적은 ‘뉴스도 구독을 할 수 있을까’라는 레거시 미디어의 의구심에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Youtube로는 뉴스를 소비하면서 구독서비스로는 소비하지 않는 행태를 어떻게 파악해야만 할까? 책의 말미에서는 앞으로 뉴스는 두 가지 형태의 스타일을 지니고 두 가지 성향의 시청자를 맞이해야 한다고 소개한다.
정통 스트레이트 방식의 뉴스와 본인이 선호하는 내용/애티튜드를 지닌 뉴스 플랫폼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나뉠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이야기다. 결국 중도를 지키는 언론과 뉴스가 누군가 선호하는 방식을 더 선호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과거 야구 중계 개인방송 중 ‘편파 중계’ 형식으로 특정 구단만 응원하는 형식의 응원/해설 방송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관심분야를 더 전문적으로 소개하면서 시청자의 알고리즘을 건드리는 뉴스가 토크의 형식을 지니고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책을 덮으며
현재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직장인이지만 마음 깊은 곳 저 어딘가에는 손석희 앵커의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을 들으면서 언론인의 꿈을 꿨던 중1 학생이 남아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가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공영방송은 수신료의 가치에 대한 챌린지를 받는 중이다. 백화점 형식의 뉴스에서 팝업스토어 같은 뉴스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이후는 어떤 형식으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뉴스를 소비하고 있을지, 책을 읽으면서 상상할 수 있었다. 간만에 다시 신방과 학생이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던 북저널리즘의 신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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