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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결정적 순간 - 강원국, 김동춘, 박재필, 최우리, 홍성수 저 / 북저널리즘Text/Book 2023. 7. 27. 01:22728x90반응형
#.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옛 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했다. 요즘에는 새로운 것을 대할 때 옛 것을 강조하면 ‘라떼’ 끓인다고 무시당하기 쉽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가 신년 목표를 수립하고, 성과를 책정하는 지표는 결국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다는 걸.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는 미래를 논할 수 없다. 우리가 재미로 본다면서 꽤 신봉하는 ‘사주팔자’도 결국 나와 같은 육십갑자, 생년월일시에 태어나 살아온 과거의 누군가들의 삶을 통계 낸 데이터에 불과하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예단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북저널리즘 북클럽에서 두 번째로 선정한 책은 <결정적 순간>이라는 책이다. 부제 <역사로 미래를 전망하다>는 문장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현시점이 변화로 넘어가기 위한 티핑 포인트이며, 그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 뒤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결정적 순간 - 북저널리즘 (강원국, 김동춘, 박재필, 최우리, 홍성수 공저) #. 고속도로처럼 달려왔던 시대는 언제까지 달려야 할까?
책의 첫 페이지를 여는 챕터는 최우리 기자와 북저널리즘 김혜림 에디터의 1문 1 답으로 진행된다. (이 책의 모든 챕터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북저널리즘 에디터 간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된다.) 최우리 기자는 대한민국의 변곡점에 위치한 가장 큰 사건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꼽았다. 기술과 산업발전의 결과물은 실로 놀라웠다. 서울에서 부산을 이렇게 빨리 이동할 수 있는 도로가 생기다니. 한 나라의 수도 ‘서울’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 to 부산이 1일 생활권이 될 수 있다. 서울의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오히려 서울로 집중되는 인구를 막을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렇게 서울 사대문 내로 한정적이었던 ‘서울’이란 행정구역은 점점 그 크기를 넓혔고, 서울과 서울에 가까운 유사 서울이 등장하며 한반도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 하나 생겼을 뿐인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른 도시는 방문하지 않고 도로에 그려진 실선과 점선만 잘 따라가면 부산에 도착했다. 최단거리, 최소시간, 최대효율로 귀결되는 경부고속도로는 효율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대한민국은 ‘효율’을 중시하는 DNA가 혈관 속에 흐르기 시작한다.#. 효율을 중요시하는 시대. 과거 돌아보기를 돌같이 하다.
책의 두 번째 챕터부터 네 번째 챕터까지는 청와대 연설담당행정관 강원국 작가, 사회학자 김동춘, 법학자 홍성수 님이 등장하여 이 시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대한민국은 추종과 배척의 역사였다. 민생의 안녕은 모르는 군부세력이 오랜기간 국가를 통치했고, 그로 인해 상하추종 관계에는 목숨을 거는 DNA가 후천적으로 입력됐다. 그 뿐인가? 좁은 땅 덩어리에서 가장 표를 얻기 쉽고, 지지세력을 확보하기 수월한 방법은 편 가르기다. 그저 지형지물로 갈라진 지역일 뿐인데, 특정 지역끼리 모여서 다른 지역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지역마다 특징이 있고, 지역색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나와 다르면 당신들은 적이다, 라는 정신을 심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나이로 가르면서 20대 개새끼론, 486 용퇴론을 들먹이며 지지세력을 확보한다. 하나 빼먹은 것이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이 가지고 태어난 성별로도 날을 세우고 한남, 한녀라면서 서로를 깎아내린다. 이제는 거주하는 집의 형태와 계약 형태로도 어린 아이들이 편을 나눈다. 절망적이고, 추잡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추종과 배척은 나아가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 성별이 달라서, 어려서, 사랑하는 대상이 달라서. 좁은 땅 속에서 1억 도 안되는 인구끼리 서로를 잘게 찢어대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약 20여 년 가까이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는 작금의 현실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백승민 에디터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이제는 끝을 봐야하는 갈등이 아닐까.
“몰라서 개혁 못하는게 아니다. 아는데 사회적 합의가 안 돼서 못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이창용 한은총재의 발언을 다시 적어본다. 사회적 합의. 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않을까. 책을 끝까지 읽어본 나에게는, 서로가 상대방의 과거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러 분야에서 고쳐야 하는 사회적 과제들이 산재해있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의 해결보다는 반대측 진영이 주장하는 논리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양 끝에 서 있는 사람끼리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교육을 받았으며 어떠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대치하고 전투를 치루다가 한 쪽이 죽거나 다쳐서 쓰러져야만 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를 다시 고쳐서 말해보고 싶다. “상대의 역사를 알지 못하며 미래를 꿈꾸는 민족은 존재할 수 없다”#. Fads가 아닌 Trend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것이 중요
책의 말미에는 나라스페이스의 박재필 대표가 등장한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산업 분야 중 대표적으로 우주산업이 있다. 나로호의 성공과 더불어 자생적으로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지구상의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이 챕터를 읽으며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미래지향적인 국가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지난 4월 20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스타십이 이륙 4분 만에 폭발했다. 실패지만 실패가 아니였다. 위대한 성공을 위한 작은 실패는 누구나 겪는 과정이란 이야기다. 우리나라였다고 생각해보자. 나로호가 만약 발사 4분 만에 궤도 진입도 못하고 폭발했다면? 언론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 등의 타이틀로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옳다구나 나로호 진상 규명 위원회 하나 쯤은 만들어서 관련자들을 청문회장에 양복입고 굳은 표정으로 출석하게 만들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의 효율성을 최고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먼 미래의 성공은 안중에 없다. 단기적인 성과만, 임기 내에 성공해야 하는 ASAP하게 성공해야 하는 미션에 불과한 것이다.
Fads란 일시적으로 불어닥치는 관심 정도다.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Trend를 주도하려면 그깟 Fads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일까? 냉소적이고 싶지 않지만, 기꺼히 불가능이란 패에 베팅을 할 것이다.
어느 유튜브 콘텐츠에서 유시민 작가가 출연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요즘은 시대정신이 없다. 서점으로 나가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돈 얼마 버는지, 어떻게 주식 잘하는지, 부를 축적하는지 그런 이야기 뿐이다.” 맞는 말이다. 당장 내 주머니에 10원 하나라도 더 들어오는 방법만이 삶의 지혜고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 모두 좋다. 좋은데, 중요한 것이 빠진 것은 아닌가 싶다.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제는 돌아볼 때다. 추운 겨울, 눈밭에 찍힌 발자국을 보며 내가 올바르게 걸어왔는지 확인을 해야 추운 상황에서 에너지를 엉뚱하게 소비하지 않고 추위를 이길 수 있다. <결정적 순간>을 읽어보며 뒤를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728x90반응형'Text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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