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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들에게 위로를 건내는 방법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디즈니플러스]Film/TV Series 2023. 8. 7. 00:31728x90반응형
야만의 시대였던, 그때 그 시절들
우리에겐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야만의 시대라고 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 있다. 억울해도 말할 수 없었고, 귀 기울이려 하지도 않았다. 허위자백을 받아내 20여 년을 살인자로 갇혔던 사람도 있었고,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목숨을 잃었어야 했다. 그러한 것들을 문제 삼아서도 안 됐고, 문제 삼는 이들에게 동조하거나 근처에 있어도 '연좌제'라는 이름으로 내용 없는 죄목을 붙이기도 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러한 문제를 방관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는 큰 걸음을 위한 희생이라고 자조적인 평가를 했다.
디즈니플러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뛰어난 인품을 지녔다고 알려진 기업의 총수와 대형 로펌을 운영하는 아들, 그리고 그 기업 총수와 친분이 있으며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 그들과 막역한 경찰과 정계 진출을 준비하는 대형 로펌의 대표. 이 드라마에는 정치, 경제는 물론 고위직 공무원은 총망라되어서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는 보육원 출신 변호사, 아내를 잃은 공장 노동자, 장애를 지닌 엄마와 두 아이 등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는 극명하게 대립되는 두 계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애써 선을 긋지 않아도 보는 이로 하여금 A집단과 B집단이 다른 종족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주인공 노착희 변호사. 스스로를 대형로펌의 사냥개라고 칭하며 사건의 진실보다는 변호를 맡은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변호사다. 그런 그녀가 일순간 국선변호사로 좌천(?)된다. 국선변호인 사무실에서 만난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변호사 좌시백을 만난다.디즈니플러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감추는 만큼 잘 사는 그들, 드러내려는 만큼 어려워지는 다른 이들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는 권력에 의해 희생되고 피해 입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드라마 내에서 어떤 식으로 피해를 입히고도 잘 살아가는 권력가들에게 응징하는지를 보여준다. 죄를 짓지 않았으나 죄를 일으킨 사람이 되어있고, 억울하지만 말하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심경일까. 단순히 ‘억울함’이란 단어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는 그런 억울함을 시각화한다. 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고 아내까지 잃은 극 중 신치식의 집 대들보는 주황색 나일론 줄로 가득하다. 몇 바퀴씩 칭칭 대들보에 감겨있는 수 십여 개의 매듭은, 대들보에 줄을 묶고 스스로 운명을 정리하려던 신치식의 흔적이다. 죽고 싶지만, 살려는 의지가 그를 원위치로 돌려놨다. 마치 성황당의 오방깃발들처럼 흉흉하게 걸려있는 수십여 개의 나일론 줄들은 말해준다. 권력에 스러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말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내뱉었을 것이다.
마음먹고 숨기려는 이들은 모든 것을 동원해서 철저하게 숨긴다. 그 숨긴 것을 찾으려는 이들은 숨기는 노력의 곱절을 해야만 진실의 근처라도 갈 수 있다. 숨기는 사람과 찾는 사람. 보통 술래잡기를 하면 잡는 사람보다 숨는 사람이 더 힘든 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마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이들이 사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낭떠러지 위에서 매달린 이들을 쳐다보며 올라오지 못하게 막는 사람이 숨기려는 집단이다.디즈니플러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의 편에 서는 방법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권력에 희생당한 이들을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하는 노착희 변호사로 마무리된다. 가장 마지막 장면, 노착희 변호사는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라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이 소송이 승소했을지, 패소했을지는 아직 진행형이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제 막 시작이라고. 우리가 이 소송의 원고들을 위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잊지 않는 것. 기억해 내는 것이다. 재판에서 승소와 패소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증거’다. 양 측 변호인들은 각자의 의뢰인들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아내고 불리한 증거는 효력을 없애려고 한다.
일본 정부가 과거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임을 지우려는 행위, 강제 징용과 관련하여 시간을 끄는 이유는 증거가 사라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원고 또는 피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가 있더라도 재판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그들을 위한 변론은 이제 막 시작됐다. 증거는 살아있는 피해자들 그리고 그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 모두 다. 우리는 그들에게 증거가 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변호는 해주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이끌어갈 변론에 쓰일 수 있는 증거는 되어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 기록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변론을 응원하는 법, 잃어버린 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법은 결국 기억하는 것이다.디즈니플러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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