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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性善說)을 믿으시나요? [블랙미러 시즌6 메이즈 데이 Mazey Day, 넷플릭스 오리지널]Film/TV Series 2023. 7. 5. 22:23728x90반응형
#.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 또는 악하다?
맹자 왈 인간의 본성은 본디 선하다, 는 가르침에서 시작한 성선설. 인간은 본디 악함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사회적인 가르침으로 선함을 배워간다는 순자의 성악설. 둘 중에 하나가 정답이다,라는 선택을 할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가설은 '성악설'이다. 성악설에 무게를 둔 이유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태생적으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다. TV에서 가끔 등장하는 '얼마를 기부하고, 누군가를 돕는' 사람들이 등장하면, 사회는 그들에게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성인군자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남을 돕는 행위에서 본인의 '만족'이란 감정을 느끼려는 사람의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행동들이 악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라고 보기보다는, 그렇게 타인을 도우면서 느끼는 충족감, 만족 등이 원동력이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결국 '내 만족'을 위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다, '타인'이 목적이 아닌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블랙미러의 여섯 번째 시즌이 새롭게 업데이트됐다. 이틀에 걸쳐 새로운 에피소드를 정주행 했다. 이번 시즌은 전반적으로 과거 시즌들이 지니고 있던 SF 스러움을 많이 덜어낸 느낌이다. 정말 가까운 미래, 그리고 발전한 사회의 모습에서 인간 내면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집중한 느낌이었다. 모든 에피소드를 보고, 가장 마지막 장면을 계속 곱씹게 되는 메이즈 데이 (Mazey day) 시즌 6, 네 번째 에피소드를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다.
※ 에피소드의 스포가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하는 보(Bo) 는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비공식 사진을 촬영하여 언론사에 판매하는 파파라치다. 그날도 그녀는 할리우드 남자 배우의 뒤를 쫓았고, 남자 연인과 숙박업소에서 나오는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다. 언론사에 사진을 넘긴 보가 평소처럼 카페에 들렀는데, 카페 TV에서 보가 촬영했던 그 남자 배우가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 원인이 바로 자신이 촬영했던 바로 그 사진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본인의 밥벌이 때문에 누군가 목숨을 버리는 상황을 직면하니, 보는 이 생활에 역겨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사망에 대해 책임감까지 느끼게 된다. 같이 파파라치를 하는 동료 사진기자들에게도 환멸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금융타격만큼 현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순간은 없다. 얹혀살던 친구에게 밀린 방세를 독촉받고, 경제적인 압박이 심해지는 보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촬영 중간에 갑자기 사라져서 보름이나 연락이 끊긴 할리우드 배우 메이즈 데이 (Mazey Day)를 찾아내서 그녀가 나온 사진을 촬영, 제보하면 1장 당 3만 달러라는 제안. 나의 사진 한 장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것을 경험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보는 결국, 메이즈 데이를 찾아 나선다.
#. 측은함과 자기반성을 통해 인간은 선해질 수 있을까?
에피소드의 전개는 프리랜서 사진기자 '보'가 자기반성의 타임라인을 따라간다. '내가 촬영한 사진 한 장으로 유명을 달리한 남자 배우' - '촬영당하는 피사체를 인간 이하로 대우하는 동료들' - '나도 똑같은 사람인가?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순서대로 보의 의식이 변하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 밥벌이였다는 죄책감과 숨어 살게 된 메이즈 데이에 대한 연민, 그리고 다시는 과거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녀 (보) 는 경험과 자극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결심은 무너지고 다시 메이즈 데이를 찾아 나선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갇혀있던 메이즈 데이를 발견한 보는 그녀를 풀어주었으나, 결국 메이즈 데이는 자신이 뺑소니 했던 늑대인간에게 물려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되고 인간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변한 메이즈 데이는 모두를 해치기 시작한다.
늑대인간으로 변했던 메이즈 데이가 총을 맞아 쓰러지고, 그녀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끝까지 살아남은 사진기자 보.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녀가 받았던 제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지? 바로 메이즈 데이의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었다. 총으로 늑대인간이던 메이즈 데이를 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은 보. 그리고 총에 맞아 쓰러진 메이즈 데이는 이런 삶을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보에게 총을 쏴서 생을 마감시켜 달라고 한다. 보는 메이즈 데이에게 총을 겨눴을까?
보는 들고 있던 총을 다시 메이즈 데이에게 넘겨준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녀대신, 그녀의 손에 총을 쥐어주고 스스로 머리에 총을 겨눈 것처럼 자세를 고쳐 잡아준다. 그리고 보는 다시 카메라를 잡는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메이즈 데이로 향한다. 그녀가 원하던 3만 달러짜리 사진, 메이즈 데이가 등장한 사진이다. 심지어 촬영본이 공개된다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진이다. 늑대 인간으로 변하는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고립된 공간에서 손발에 족쇄를 하고 있던 메이즈 데이에게 연민과 측은함을 느끼고 그녀를 구해주려던 보 였다. 그랬던 그녀도 결국 마지막에는 현실을 선택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인간은 정말 선한 존재일까?
#. 최악과 차악만 존재할 뿐.
블랙미러 6의 이번 에피소드 '메이즈 데이'에는 그 어디에도 선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메이즈 데이가 늑대인간으로 변한 이유는 그녀가 약과 술에 취해 뺑소니를 저지른 늑대인간에게 물렸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차로 누군가를 해친 이후에 제대로 된 수습을 하려 하지 않았고, 그녀가 차로 쳐버린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늑대인간으로 변한 메이즈 데이에게 죽음을 당하는 동료 사진기자들은 또 어떠한가. 여배우에게 온갖 음담패설을 하며 그녀의 치맛속을 촬영하기 바쁘다. 늑대인간이 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외딴집에 갇혀있는 메이즈 데이를 찾아 들어가, 그녀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찍기 바빴다. 그리고 마지막에 메이즈 데이를 구해주기는 커녕, 그녀의 마지막을 촬영하며 본인의 이득을 취하려는 보의 모습까지. 그 어디에도 선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스스로도 느낄 때가 많다. 나 또한 기본적으로 악함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적인 시선과 체면 때문에 그 악함을 참는 것이란 생각이다. 사회가 정한 약속때문에 우리는 악함을 느끼는 역치가 높아진 것이라고 본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가 과연 누군가와 함께 살아 있었다면 그렇게 카메라 렌즈를 메이즈 데이에게 겨눌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누군가가 있다면 그 또한 사회의 구성원이란 역할이 부여되며 본성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심지어 집에서도 우리는 집단이 모이면서 발생한 암묵적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악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에게 악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들은 결국 보의 주변에서 여자배우에게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리던 그 파파라치 기자들 아니였는지. 그들이 드러내는 악함보다 나의 심연에 잠들어있는 악함이 더 강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메이즈 데이는 마지막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며 총으로 자신을 쏴 달라고 한다. 보는 그녀에게 오히려 총을 건내주지만, 그보다 더 악랄한 무기를 들이댄다. 남아있던 인류애, 인간으로서 존중까지 버린 지리멸렬함으로 그녀의 마지막 인격을 살해한 것이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정말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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